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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존중한 그대, 존중 받으리_클래식 공연 에티켓

먼저 지난번 문제부터 풀고 가자.

 

 

정답은 2번, 두세 곡 혹은 서너 곡씩의 한묶음마다 였다. 예를 들어 어느 소프라노의 리사이틀 프로그램 1부가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고 하자.

 

 

 

그럼 박수는 각 작곡가의 곡이 끝날 때마다 세 번 치는 것이 좋다. 보통 팸플릿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 북은 연주회 때 필수적이지만 가곡 연주회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급히 입장하느라 프로그램 북을 미처 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때는 피아니스트를 주시하면 된다. 박수를 칠 부분에서 피아니스트가 일어서거나 가수 쪽으로 가서 함께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 때 박수를 치면 된다. 그러면 박수 속에서 가수와 피아니스트는 퇴장했다가 잠시 후에 다시 나올 것이다.


가만히 보면 연주회장의 등장과 퇴장 때도 매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 연주가와 함께 한 지휘자나 연주자는 늘 여성이 먼저 퇴장하도록 배려한다. 청중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면 곧장 오케스트라의 여성 주자에게 넘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에티켓과 매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런 표현을 접하면서 이러한 문화적인 삶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곧 자신이 존중받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바바라 핸드릭스가 가곡 공연 후 반주자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소프라노 바바라 핸드릭스가 가곡 공연 후 반주자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안쪽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바깥쪽 자리에 앉은 청중에게 건네는 “실례합니다” 한 마디는 근처의 모두에게 긍정적인 빛을 던져준다. 돈 주고 산 자신의 좌석이지만 말이다. 우리의 좌석은 바깥쪽이 될 수도 있고 안쪽이 될 수도 있다. 매너와 에티켓, 이 역지사지의 정신이 비단 음악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대될 때 우리는 존중받고 있다는 높은 수준의 정신적인 만족감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에티켓’ 마지막 시간이다. 예전에 워싱턴 오페라의 공연 팸플릿에 청중으로서 지녀야할 에티켓 10계명이 실렸다. 좋은 내용이 담겨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청중으로서 지녀야 할 공연장 에티켓 10계명

첫째, 서곡도 연주의 일부이다
보통 오페라 시작 전에 서곡이 연주된다. 무대 막은 아직 열리지 않고 오케스트라만 연주되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서곡도 전체연주의 일부이니 여기서 옆 사람과 나누던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


둘째, 지나친 향수를 자제한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향수 등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독한 향수를 뿌리는 대신 깨끗이 목욕하고 비교적 은은한 향수를 뿌린다.


셋째, 아이들을 데려오게 된다면 통제를 잘 해야 한다
야단법석인 아이들 때문에 공연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아이들이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을 확실히 통제하든지 아니면 예술의 전당 ‘어린이 나라’ 등 탁아시설에 잠시 맡겨야 한다.


넷째,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기침약을 복용한다
공연 중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침소리 역시 공연의 삼매경에 방해되는 요소다. 그러므로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거나 아니면 약을 먹어서라도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연 전 캔디 류로 목을 부드럽게 해놓은 것도 좋다.


다섯째, 휴대전화를 끈다
지극히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종종 큰 공연에서도 대담한 벨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진동도 좋지 않다. 진동 소리는 홀 전체에 다 울린다. 이러한 벨소리나 진동소리는 피아니시모의 로맨틱한 감흥을 싹 가시게 만들어버린다.


여섯째, 연인끼리 애정표현은 공연 후로 미룬다
잉꼬부부나 닭살연인들 서로 애정을 표시하는 건 좋지만. 공연장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뒷사람 시야를 가릴 수 있다.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공연이 끝난 뒤로 잠시 미루자.


일곱째, 떠들거나 흥얼거리지 말자
귓속말도 크게 들린다. 옆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잠시 참자. 또한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멜로디가 나와도 무의식적으로 따라 부르면 안 된다.


여덟째, 휴식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자
지갑이나 가방, 쇼핑백을 뒤져야 한다면 휴식시간을 이용하자. 공연 중에 부스럭대거나 지퍼 여닫는 소리는 내지 말자.


아홉째, 공연이 끝난 후 퇴장하자
주차장에는 차가 밀려있고 붐비기 전에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 가는 것도 힘든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공연 중에 나가는 일은 삼간다.

 

열째, 남이 나에게 하기를 바라는 대로 그에게 해주어야 한다.


청중이 단지 공연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연주자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연주환경의 일부이다. 청중은 용기를 북돋워줘서 더 좋은 연주를 가져올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하자. 그 좋은 연주는 결국 에티켓을 지킨 청중들의 몫이다. 결국 에티켓은 내가 잘 감상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엄마가 먼저 공연에 대해 공부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에티켓은 습관이다. 젖어드는 것이다. 마치 식사 습관처럼 단기간 내에 적응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소중한 자녀들에게 공연을 많이 보여주고 하나둘씩 익히게 하는 ‘체험학습’의 중요성은 공연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혹은 어린이의 관람이 가능한 공연이 늘어나면서 부모가 자녀를 동반하고 공연장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공연을 보여줘야 할까. 무조건 외국에서 오는 단체의 티켓값 비싼 공연이면 OK일까. ‘어린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으면 죄다 믿을 만한 것일까. 아이에게 좋은 문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엄마가 먼저 그 공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엄마가 먼저 콘서트 고어 되기
자녀들과 함께 음악회를 찾기 이전에 엄마가 공연 문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경우는 퇴근 후의 남편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쯤은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요즘은 저녁 시간의 공연이 대개 8시에 시작되어 퇴근시간을 고려해도 가능해졌다. 과중한 업무로 남편이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학교나 아파트 단위의 부녀회 같은 모임을 조직해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같은 모임은 많이 생기고 있다.


 

엄마가 먼저 공연에 대해서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게 좋다.

엄마가 먼저 공연에 대해서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게 좋다.

 

주로 공연도 함께 보고 맛있는 곳도 찾아 다니는 일석이조의 식도락 동호회를 겸한 문화 동호회들이다. 동호회가 좋은 점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피드백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공연을 보고 나서 그때 바로 떠오른 점을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안목도 한층 높아지고 더 좋은 공연을 고를 수 있는 정보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둘째, 공연예술전문지 구독 등으로 정보 얻기
우선 매일 보는 주요 일간지에도 문화면이 있다. 인터넷 시대지만 가위와 풀을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공연에 앞선 예술가의 인터뷰나 공연 소개 가운데 정보가 될 만한 것을 함께 스크랩해두는 것도 공연예술 관람의 안목을 키워주는 데 좋다. 더욱 심도 있는 정보를 위해서는 공연예술전문지나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공연예술 기획사에서 발간하는 월간지(회원 가입하면 무료로 우송해준다)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들 잡지들은 해외와 국내에서 펼쳐지는 동시대의 공연 예술을 신속하게 사진과 함께 싣고, 또한 까다로운 비평가들의 공연 리뷰가 실리기 때문에 공연예술을 바라보는 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셋째, 공연 관람에 앞서 사전에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기
“가서 보면 되지 않느냐, 미리 볼 필요가 뭐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오페라를 예로 들어보자. 한참 동안 여러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동안 천둥 번개가 치고 무대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시선은 한귀퉁이의 자막에만 가있어서야 되겠는가. 공연예술에 예습은 정말 필요하다. 어차피 돈 내고 보는 공연인데, 이왕이면 잘 소화시켜야 되지 않겠는가.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우에는 DVD로 예습을 한다. 중요한 아리아는 체크해뒀다가 공연의 맥에 악센트를 주는 데 이용한다. 밋밋하게 진행되어 흥미를 잃어가다가도 귀에 익은 아리아가 나오면 상황은 친숙함을 띠고 급전환되는 법. 아이들 정서 발달에 좋다는 음악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날 연주될 곡이 담긴 CD를 사전에 아이와 함께 감상하는 건 어떨까. 함께 들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자.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을 들으며, “여기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시골의 풍경 같이 느껴져” “야, 이 부분은 정말 폭풍우가 치는 것 같은데”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곡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이 각인이 되어 실제로 감상할 때면 흥미가 배가된다.

 

넷째, 공연을 보는 도중 집중력을 키우기
한 시간에서 두 시간에 이르는 공연 관람 시간동안 정숙을 유지하는 것은 어린 자녀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자녀들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공연예술을 보는 날은 자녀의 일상에서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옷차림도 꼭 정장일 필요는 없지만 평소와는 달리 매우 깔끔한 복장으로 준비시킨다. 복장이 달라지면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자녀와 함께 미리 내용을 꼼꼼히 파악하는 것도 필수. “뭘 보게 될까” 하는 기대가 없다면, 공연장에서 느끼고 오는 것도 적어진다. 배가 고플 것을 대비, 먹을 것은 공연 전에 먹어서 배를 채워두는 것도 좋다. 음악회의 경우 악장간 박수를 치지 않는 것, 공연이 끝났다고 바로 일어나지 않는 것 등 박수의 에티켓에 대해서도 사전에 약속을 해 둔다. 박수를 칠 줄 알면 자신감도 생긴다.


말을 하는 시간과 침묵을 하는 시간을 차별화하라.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도 미리 사전에, 그리고 중간 휴식 시간이 있는 경우 그 시간을 이용하며, 가급적이면 공연 관람 시간 도중에는 침묵을 유지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공연 관람을 위해서도 좋은 습관을 들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은 엄마가 하는 만큼 우리 아이에게 보인다. 그리고 아이는 매너 만점의 미래의 청중으로 자라날 것이다.

 

 

 

류태형
류태형 / 전 [객석] 편집장, 음악 컬럼니스트
전 객석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음악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신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 퀴즈] 코너로 매일 아침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7&contents_id=1302&leafId=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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