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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거스테이브 홀스트는 친구인 본 윌리엄스(R. Vaughan Williams)와 더불어 영국의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런던의 왕립 음악원에서 공부한 다음 한 동안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서른 살 무렵부터 덜위치 여학교의 음악교사로 일했고, 그 후 세인트 폴 여학교의 음악감독과 몰리 칼리지의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주로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해서 작곡을 했다. 홀스트의 작풍은 바그너와 R.슈트라우스를 위시한 독일 낭만주의의 기반 위에 그리그의 서정주의, 라벨의 세밀한 리듬과 정교한 관현악법, 그리고 영국 민요의 곡조 등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었다. 아울러 힌두교의 영적 세계와 신비주의에 대한 관심도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관현악 모음곡 [행성], 현악합주를 위한 [세인트 폴 모음곡], 교향시 [이그던 황야], 합창곡 [예수 찬가], [제1 합창 교향곡], 오페라 [사비트리] 등이 있는데, 가장 널리 각광받는 작품은 역시 [행성 The Planets]이다.

 

음악리스트
NO 아티스트 & 연주
1 1곡 화성, 전쟁의 전령 / 유진 오먼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2 4곡 목성, 쾌락의 전령
3 6곡 천왕성, 마법사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전쟁과 점성학

[행성]은 홀스트의 풍부한 상상력과 탁월한 관현악 기법이 십분 발휘된 회심의 역작이다. 본인의 작풍에 더하여 쇤베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글라주노프, 스트라빈스키 등의 영향을 반영한 이 작품은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고, 이후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비롯한 ‘우주’를 다룬 음악작품들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홀스트는 이 멋진 작품을 제1차 세계대전 개전 직전에 쓰기 시작해서 종전 직전에 초연했다. 첫 곡인 ‘화성’의 스케치는 1914년 7월에 완성되었고, 초연은 1918년 9월 29일 런던의 퀸즈 홀(Queen's Hall)에서 에이드리언 보울트(Adrian Boult)의 지휘로 250여 명의 초대된 관객들 앞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포함된 7개의 곡에는 태양계의 행성들에서 유래한 제목들이 붙어 있는데, 작품의 아이디어가 천문학적이라기보다는 점성학적 관심에서 비롯되었기에 지구는 제외되었다. 또 1930년에 가서야 발견된 명왕성(Pluto)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홀스트는 명왕성의 존재를 죽기 4년 전에 알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제1곡. 화성(Mars), 전쟁의 전령
현악기들의 콜레뇨(col legno, 활대로 현을 치는 주법), 하프와 팀파니의 연타 등이 어우러지는 도입부부터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리듬이 두드러진다.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흐름, 비장미 넘치는 선율, 파국적인 굉음과 함께 붕괴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실로 전쟁의 기운을 연상시키는 긴박감과 처절함으로 점철된 곡이다.


각 7개의 곡들은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이 붙어있다. <출처: NGD/>

각 7개의 곡들은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이 붙어있다. <출처: NGD>

 

제2곡. 금성(Venus), 평화의 전령
3개의 서정적인 선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느린 템포의 곡이다.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우아하고 감미로운 흐름으로 앞 곡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제3곡. 수성(Mercury), 날개 단 전령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스케르초 풍의 곡이다. 마치 장난치듯 사뿐거리며 상승하는 동기와 첼레스타의 반짝거리는 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작되어 시종 유머러스한 표정과 명랑한 노래가 듣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제4곡. 목성(Jupiter), 쾌락의 전령
첫 곡 '화성'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곡이다. 활달한 리듬감, 유쾌하고 매력적인 선율, 호쾌한 음향이 한 데 어우러져 사뭇 축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현악군의 세밀한 움직임과 호른 6대의 당당한 활약이 돋보인다. 한편 중간에 등장하는 서정적인 선율은 나중에 애국적인 찬가 '내 조국이여, 나 그대에게 맹세하노라'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 곡의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이후 영화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출처: NGD/>

이 곡의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이후 영화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출처: NGD>

 

 

제5곡. 토성(Saturn), 노년의 전령
축제와도 같았던 젊은 날은 가고 그림자 짙게 드리운 노년이 찾아온다. 화음은 공허하고 선율은 우울하여 쇠퇴와 절망을 나타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인생의 완성을 의미하는 장엄한 고조, 그리고 오르간과 종소리의 여운을 벗 삼아 안식을 향해가는 은은한 결말이 자리하고 있다.

 

제6곡. 천왕성(Uranus), 마법사
이제 음악은 현실을 초월한다. 금관의 위압적인 포효로 시작하여 마법사의 기괴한 주문과 현란한 동작을 나타낸 듯한 여러 동기들과 리듬들이 난무한다. 처음에는 기저의 들썩거리는 리듬이 뒤카스의 [마법사의 도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점차 그보다 한층 더 다채롭고 다이내믹한 음악으로 발전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곡이다.

 

제7곡. 해왕성(Neptune), 신비주의자
안개 혹은 베일에 싸인 듯한 신비감을 자아내는 곡이다. 음악은 시종일관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며, 하프, 첼레스타 같은 '피안의 악기'들과 여성합창단(무대 밖에서 노래하여 멀리서 들려오는 효과를 낸다)이 동원된다. 정체를 드러낼 듯 말 듯 단속적으로 이어지던 선율은 결국 아득한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간다.

 

 

추천음반
우선 초연자의 권위를 지닌 에이드리언 보울트의 음반을 꼽아야겠다. 몇 가지 녹음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GROC 시리즈’로 발매되기도 했던 런던 필하모닉을 지휘한 1978년 녹음(EMI)일 것이다. 유명한 카라얀의 두 가지 음반 중에서는 베를린 필을 지휘한 디지털 녹음(DG)보다는 비엔나 필을 지휘한 아날로그 녹음(Decca)의 완성도가 더 높다. 이 녹음은 특히 작곡가의 딸로서 지휘자이자 작곡가이기도 했던 이모즌 홀스트가 최고의 연주로 꼽기도 했다. 이밖에 유진 오르만디/필라델피아(RCA), 윌리엄 스타인버그/보스턴 심포니(DG), 주빈 메타/LA 필하모닉(Decca) 등도 아날로그 시대의 주요 명반이다.


디지털 시대에 나온 음반들 중에서는 샤를 뒤투아/몬트리올 심포니(Decca)가 가장 돋보인다. 뒤투아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채로운 리듬과 색채를 빚어내 작품의 풍부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존 엘리엇 가디너/필하모니아(DG)는 과장 없이 충실하면서도 강력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 음반에서는 특히 선명하고 밀도 높으며 파워풀한 음질이 강점이다. 한편 최근에 나온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의 음반(EMI)은 다채로운 필업곡으로 주목을 받았다. 홀스트가 작곡하지 않았던 ‘명왕성’을 비롯하여 우주를 테마로 현대 작곡가들이 작곡한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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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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