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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대학축전 서곡

브람스의 작품 중에는 연주회용 서곡이 두 곡 있다. [비극적 서곡]과 [대학축전 서곡]이 그것이다. 브람스는 1876년 초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명예음악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조건이라면 영국에 가서 학위수여식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배를 타기 싫어했고 영어를 잘 못했던 브람스는 손에 쥐고 있었던 자신의 [교향곡 1번]의 완성을 앞당기기 위해 이 학위를 거절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1876년 3월 이번에는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준다는 통지가 왔다. 이것을 제안한 사람은 브레슬라우 관현악협회의 지휘자이며, 브람스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베른하르트 숄츠였다. 브람스는 숄츠에게 바로 편지를 써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숄츠는 새로운 교향곡이나 축전에 어울리는 노래라도 한 곡 작곡해주었으면 고맙겠다고 답장했다. 케임브리지만큼 브람스에게 신경 쓰이는 조건은 전혀 없었다. 브람스는 그 감사 인사로 [대학축전 서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그 소재와 구성 등에 구상을 가다듬고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곡은 1880년 여름 무렵에야 착수했고, 오스트리아 북부의 휴양지 바트 이슐에서 완성됐다. 이곳에서 브람스는 [비극적 서곡]도 작곡했다.

 

음악리스트
NO 아티스트 & 연주
1 브람스 – 대학축전 서곡 / 마이클 틸슨 토머스[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브레슬라우 대학 명예 박사학위에 대한 감사


빈 서쪽으로 200km에 위치한 광천수 온천 휴양지인 바트 이슐은 브람스가 선호하던 피서지였다. 피아니스트 이그나츠 브륄은 브람스가 바트 이슐에 기거할 때 그를 돌봐주곤 했다. 1880년은 비가 많이 왔지만 브륄이 마련해준 숙소가 쾌적해서 브람스는 바트 이슐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 뒤로도 단골이 됐다. 1889년 무렵부터 만년의 브람스는 매년 여름 바트 이슐로 갔다.

 

브레슬라우 대학 전경 <출처 : wikipedia/>

브레슬라우 대학 전경 <출처 : wikipedia>

 

 

1880년 5월 바트 이슐에 당도한 브람스는 9월 중순까지 거기에 머물며 작은 여행도 다녔다. 8월 19일에 슐츠에게 보낸 편지에서 브람스는 ‘브레슬라우를 위한 닥터 심포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닥터 심포니’는 물론 [대학축전 서곡]을 의미한다. 이해 9월 9일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과 함께 독일 남동부 베르히테스가덴에 가서 클라라 생일(9월 13일)에 [대학축전 서곡]과 [비극적 서곡]의 기초인 네 손 피아노용 악보를 선사하고 이것을 클라라와 둘이서 연주했다. 이때 관현악용 악보는 이미 완성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12월 3일 요아힘과 함께 베를린의 호흐슐레 오케스트라가 이 두 곡을 연주한 것은 일종의 시연이었다. 1881년 1월 4일 [대학축전 서곡]은 브레슬라우 관현악협회 콘체르트하우스 홀에서 브람스의 지휘로 공개 초연되었다. 초연은 평이 좋았고, 라이프치히, 뮌스터, 크레펠트,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등지에서 연주되었고 이들 연주회를 지켜본 브람스는 악보에 수정을 가했다.

 

1881년 3월 브람스는 [대학축전 서곡]의 파트 악보의 교정과 총보의 초고를 출판업자 짐로크에게 보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해’라고 적힌 총보와 파트보는 1881년 7월 출판되었다. 그리고 브람스는 브레슬라우 대학을 위해 헌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페이지를 충가한 장정판을 완성했다. 악보의 서두에는 브람스의 필적으로 ‘축전서곡’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 최종고의 사본 악보(브람스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닌) 머리에는 짐로크에 의해 [대학축전 서곡]이라 적혀있다. 브람스는 1880년 11월 중순 경 네 손 피아노용 악보 인쇄를 위한 최종고를 짐로크에게 보냈다. 이 네 손 피아노용 악보 역시 1881년 3월 출판되어 [대학축전 서곡]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따라서 현재의 [대학축전 서곡]이란 제목은 브람스 자신보다도 오히려 짐로크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람스는 곡의 제목에 대해 고민하면서 친구의 조언도 구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브람스의 곡으로서는 드물게 타악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터키 군악대 행진곡’으로 부른 적도 있었다 한다.

 

 

 

학생 노래를 인용한 자유롭고 친숙한 분위기

브람스는 처음에 축전서곡으로 위엄 있는 분위기나 기쁨에 넘치고 빛나는 곡상을 의도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 계획을 변경, 괴팅엔에서 학생들과 어울렸던 무렵에 익혔던 학생 노래를 인용해서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의 연주곡을 썼다. 왠지 접속곡(메들리) 풍의 성격도 있어서 브람스는 ‘주페 풍의 서곡’이나 ‘주페풍의 접속곡’이라 쓴 적도 있다. [경기병 서곡]이나 [시인과 농부 서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란츠 폰 주페는 당시 빈 주위에서 유행했던 오페레타 작곡가인데, 서곡을 접속곡풍으로 썼다.

 

곡의 제목에 대해서 한 가지 더. 대학의 축제와 관련있는 것이 아니라 브람스 자신이 대학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기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것을 ‘대학축전’이라 한 것이 정말 타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어쨌든 축전 혹은 축제(festival) 자체를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곡의 시작을 알리는 제1주제는 학생들이 멀리서 행진해 오는 듯하다. [라코치 행진곡](리스트와 베를리오즈도 이 곡을 썼다)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젊은 브람스는 이 행진곡을 아주 좋아했다. 현은 바순과 호른과 함게 부드러운 찬미가 풍의 악구를 연주한다.


브람스는 이 곡에서 학생들의 노래를 인용해 활기찬 선율을 만들어냈다.<츨처 : NGD/>

브람스는 이 곡에서 학생들의 노래를 인용해 활기찬 선율을 만들어냈다.
<츨처 : NGD>

 

팀파니의 부드러운 연타에 실려 금관으로 밝게 소개되는 새 주제는 ‘우리들은 훌륭한 학교를 지었다(Wir hatten gebauet ein stattliches Haus)라는 학생 노래이다. 1819년 예나 대학 학생조합이 해산할 때 아우구스트 폰 빈타가 뒤빙겐 지방의 민요에 가사를 붙여 학생 노래가 된 곡이다. 관악기가 가세하고 현의 화려한 패시지로 노래는 기세를 올리며 팀파니도 변함없이 계속 울린다 힘을 더해가며 정점에서 학생 노래가 끝나면 곡은 장대한 행진곡풍으로 된다.

 

바이올린의 부드러운 선율을 거쳐 제2바이올린은 서정적적이고 소박한 제2의 학생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연회 때 부르는 이 곡은 ‘란데스파터(Landesvater, 영주)'라 불리며 제2주제에 해당한다. 현의 대위법을 가해지며 진행되고 마침내 속도를 아니마토로 높여 코데타로 진입한다. 바순이 스타카토로 제3의 학생노래를 연주하며 활기를 갖고 나타난다. ‘신입생의 노래’로 원래 ‘여우의 노래(Fuchslied)’로 불렸고 주페도 이 곡에 의한 변주곡을 쓴 적이 있다. 덴마크 시인이 쓴 희극 가운데 농부가 노래하는 가사에서 번안한 것을 예전부터 존재하던 선율에 가사를 붙인 이후 학생가로 유명해졌다. 이 학생가가 잠시 나온 뒤 곡은 절정으로 향한다.

 

짧은 발전부에 이어 변칙적인 재현부에서 학생가 ‘우리들은 훌륭한 학교를 지었다’의 단편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란데스파터’가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연주되며 ‘신입생의 노래’도 힘차고 기운 있게 모습을 보인다. 코다에서 학생들의 감격과 기쁨을 절정으로 이끌어가는데 네 번째 학생노래 ‘즐겁게 노래하라’에 기초한 코다는 관악기로 연주된다. ‘즐겁게 노래하라’는 1717년경부터 애창되었다. 원래 가사는 교회에서 온 라틴어로 제목도 ‘가우데아무스이지투르(Gaudeamusigitur)'로 불렸다. 예전에 우리나라 대학가요제 참가자들이 이 곡 부분을 합창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바이올린은 급속한 패시지를 연주하며 열기를 높여간다. 최후에 힘이 담긴 화음이 연속되는 가운데 곡은 장려하게 끝을 알린다.


이 작품은 명예박사학위를 준 대학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작곡되었다.<출처 : NGD/>

이 작품은 명예박사학위를 준 대학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작곡되었다.
<출처 : NGD>

 

 

추천음반
옛 거장의 녹음들과 최신 녹음 사이에 격차가 많은 레퍼토리다. 디지털 녹음을 들어보면 예전의 명연 같은 맛을 좀처럼 내기가 어렵다는 걸 느낀다. 고색 창연한 녹음이지만 크나퍼츠부쉬가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음반(Decca, 1957)을 잊을 수 없다. 과거 1980년대 크롬 카세트로 집집마다 꽂혀 있던 바로 그 연주다. 크나퍼츠부쉬의 지휘는 워낙 스케일이 큰 데다가 육중하고 떡갈나무같은 우직함이 있다. 치기 어린 샛길로 빠지기 일쑤인 크나퍼츠부쉬지만 이 곡에서는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브루노 발터가 콜럼비아 심포니를 지휘한 녹음(Sony, 1960)은 의외로 싱싱하고 역동적인 젊음이 서려 있어 듣는 이를 놀라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녹음이다. 대학축전서곡을 젊은이의 노래, 학생가로 보았을 때 그 순수함과 패기, 정열이 왜곡되지 않고 곧게 표출돼 있는 좋은 연주다. 오토 클렘페러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연주(EMI, 1958)는 당당하고 웅장+하다. 발터보다는 약간 어둡지만 더 강한 힘이 두껍고 굵은 붓으로 내리긋는 글씨처럼 살아있다. 디지털 녹음 중에는 확고한 개성을 보여준 음반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음반(Teldec, 1990)을 추천한다. 비단결 같은 현과 실핏줄이 보이는 듯한 투명한 앙상블로 곡의 윤곽을 잘 그려냈다.

 

관련링크 : 통합검색 결과 보기   브람스 관련 음반 보기   대학축전 서곡 음반 보기

 

 

 

류태형 / 전 <객석> 편집장, 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주말 저녁 6시~9시 30분 KBS 1FM [FM 음반 가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발행일 
2011.01.10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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